소설

소설 Part 1-3: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오늘을 사랑하자! 2024. 12. 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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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박사는 자본주의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 중에서도 개인 이기주의를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보았다.

그는 자본주의가 본래 가진 이상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러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왜곡되는 이유는 개인의 끝없는 탐욕과 이기심에 있다고 확신했다.

 

이기주의가 어떻게 태어나고, 왜 이렇게 만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 문제를 단순히 경제학적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

심리학, 사회학, 철학까지. 그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기주의의 뿌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연구실 책상 위에는 그가 모은 자료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적 고찰부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확산된 과정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과 논문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는 때로는 19세기 철학자의 글귀에 고개를 끄덕였고, 때로는 현대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김일한 박사는 이기주의의 본질을 탐구하던 중,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 욕구에 주목했다.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에게 이기주의는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본능이었다.

누군가의 한 줌의 곡식이 가족의 생사를 좌우했던 시절, 축적과 독점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본능적인 선택이었다.

그는 고대 문헌과 역사적 기록을 통해 그런 사례들을 하나씩 짚어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비료와 농업 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식량 부족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기아에 시달리던 시절보다 훨씬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었다.

김 박사는 이 질문 앞에서 자주 멈춰 섰다.

 

"그렇다면 왜 지금도 사람들은 끝없이 재산을 축적하려 하는가?"

 

연구실 한쪽 벽에는 그가 모은 사회복지 제도와 경제적 풍요의 현황을 보여주는 통계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많은 나라가 기초적인 복지를 제공하며, 최소한의 생존은 보장받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자산과 권력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이 현상이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심리와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생각했다.

 

책상 위에 펼쳐진 자료들을 정리하던 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재산 축적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상징하는 도구가 된 걸까?"

 

그는 때때로 기록된 글귀나 데이터를 보며 끄덕이기도 하고, 한참 동안 침묵 속에서 골똘히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이건 은퇴 후의 숙제로 남겨둬야겠군."

 

그는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은퇴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젊은 시절부터 달려온 학문적 여정의 끝이 이제는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왔고, 이제 마무리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연구실 한쪽에 쌓여 있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자료들은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연구와 정책 제안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들은 당장의 경제 현안과 관련된 것이었고, 그가 이끄는 연구진들도 그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김 박사는 책상 위의 펜을 집어 들었다.

눈앞에 놓인 문제들에 집중하는 것이 지금의 그의 역할이었다.

개인적인 궁금증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은퇴 후에는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마음껏 천천히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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