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Part 1-9: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김일한은 의사의 말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채 병원 진료비 수납 창구로 향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여전히 분명하게 보였고, 그것이 이제는 자신에게 점점 더 큰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창구에 서 있는 간호사를 향해 손을 내밀며 물었다.
"저기, 제 손에 있는 반지 보이세요?"
간호사는 그가 내민 손가락을 힐끗 쳐다보더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반지요? 죄송합니다만, 반지가 보이지 않아요."
김일한은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간호사의 말이 그에게 불쑥 다가오며 그의 머리를 스쳤다.
"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손목을 돌려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여전히 반지는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다.
하지만 간호사는 아무리 봐도 그 반지를 보지 못한 듯했다.
그의 눈은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건 정말 이상했다.
"이상하군…"
그는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김일한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다고 느꼈다.
그가 진료비를 지불하고 병원에서 급히 빠져나가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점차 커져만 갔다.
집에 돌아온 김일한은 서재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집안은 고요했고, 외부의 소음은 그를 더욱 혼자만의 공간에 가두는 듯했다.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서적들을 무심코 바라보며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불안감과 의문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반지의 존재가, 그가 느낀 이상한 일들이 아직도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몇 분간의 침묵 후, 그는 결심했다.
무엇보다 그 문제에 대해 직접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랍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완도에 사는 오랜 친구인 정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기다리며 긴장이 풀리는 듯했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
"태수야, 지난주 토요일에 청해진에서 내가 주운 옥반지 기억하냐?"
전화선 너머로 김일한의 목소리가 떨리면서도 차분하게 들려왔다.
그의 말에 친구는 잠시 머뭇거린 후 답했다.
"옥반지? 아, 기억나지. 별로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았던 거였는데. 그게 무슨 일이야?"
김일한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아, 그냥…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반지가 문득 생각나서 물어봤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웃으며 그럴듯하게 둘러댔다.
김일한은 친구의 말에 조금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게 둘은 가볍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날씨가 어떻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얘기들이 흘러갔다.
가끔씩 웃음도 섞였다.
대화가 끝나고 나서, 김일한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여전히 서재에서 앉아 있었다.
김일한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서재의 의자에 앉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친구와의 전화 통화 덕분에 반지가 실재했던 것에 대한 안도감이 조금씩 밀려왔다.
그동안 그의 마음을 괴롭혔던 불안감이 이제는 조금 사라진 듯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이 떠나지 않았다.
특히, 반지가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는 무심코 손을 들어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봤다. 반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반지가 끼워진 손가락을 바라보며, 그는 잠시 그 착용감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보니 반지가 손가락에 잘 맞아 착용감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맞는 것 같았다.
김일한은 반지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반지와 관련된 질문들로 가득 찼고, 그 생각은 밤새도록 떠나지 않았다.
'이 반지가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면 내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걸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상상하며 머리를 굴리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새벽을 넘기고 있었다.
그는 결국 더 이상 머리를 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어봐야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피로가 그의 몸을 점점 더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일어나기 전,
"내일 다시 생각해보자"
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그의 눈은 점점 무거워졌고, 정신은 흐릿해졌다.
서재에서 나와 안방으로 향하는 길, 그의 걸음은 느려졌고, 피곤함에 몸이 축 늘어졌다.
그는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베개에 머리를 기대자마자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했다.
한동안 풀리지 않았던 머리 속의 생각들을 잠시 접어두고, 푹 잠을 자는 것. 김일한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