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Part 1-13: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병원에서의 진료 결과는 의외로 간단했다.
담당 의사는 일한과 상민의 검사를 마친 뒤 차트를 정리하며 말했다.
"정말 운이 좋으셨습니다. 번개가 가까운 곳에 떨어지긴 했지만, 직접적인 충격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 오는 날에 등산하거나 나무 밑에서 피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 이런 날씨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의사의 충고를 듣는 동안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마음을 크게 가라앉혀 주었다.
병원을 나서는 길, 두 사람은 잠시 침묵 속에 걸었다.
원래 계획은 등산을 마친 후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 머물며 오랜만에 밤새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동안 겪은 예상치 못한 일들은 둘 모두의 기운을 빼놓은 상태였다.
굳이 말이 필요 없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자연스레 계획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늦은 밤, 일한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천장에 시선을 두고 하루를 되짚어 보았다.
죽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정말, 운이 좋았군,"
그는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날 밤, 일한은 하루의 피로를 떨쳐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코를 골며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는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고요한 방 안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옥반지에서 갑자기 빛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세하게, 곧이어 점점 더 강하게 발광하며 어둠을 채우고, 방 안을 은은한 녹색의 빛으로 물들였다.
그 빛 속에서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충전이 완료되었습니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용자는 이 시간 이후 사용이 가능합니다."
일한은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탓에 그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반지는 그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
"사용자의 신체를 스캔합니다."
스캔 결과, 반지는 조금 더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사용자의 신체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치료에 들어갑니다."
그 목소리는 조용하고, 일한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자고 있다는 사실을 반지는 알고 있었지만, 치료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반지는 또 한 번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치료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덧붙였다.
"사용자의 체력이 낮아 개조에 들어갑니다. 개조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의 체력에 맞게 조정하여 천천히 개조가 진행될 것입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는 일한의 체력을 고려하여 조용히 개조를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이 그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진행되었지만, 그가 감지할 수 있는 신호는 없었다.
잠시 후, 반지는 다시 말을 이었다.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 모드로 전환합니다."
빛은 서서히 사라졌고, 반지는 그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일한은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고, 그가 알지 못한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그에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한은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깊은 잠에서 깨고 나서, 보통은 몸이 묵직하고 근육이 뻐근함을 느꼈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훨씬 개운했다.
어제 산을 오르고 내렸던 것에 비해 몸이 이상할 만큼 가벼웠다.
근육통이 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오히려 피로감 없이 상쾌함을 느꼈다.
잠시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이 운동을 잘 못 하는 체질이라 여겨왔던 그가 어떻게 이렇게 개운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혹시 내가 운동체질인가?"
그는 자신에게 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제의 힘든 산행과 그로 인한 피로가 온전히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어 신기하기만 했다.
"앞으로 운동을 자주 해야겠군,"
그는 속으로 다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이 가벼워져 있던 만큼, 오늘은 한층 더 기운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욕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