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Part 1-18: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오늘을 사랑하자! 2024. 12. 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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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가 눈을 돌리자,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오래된 한옥의 방이었다.

고풍스러운 나무 기둥과 처마, 그리고 기와로 지어진 지붕이 어울려 옛날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공간이었다.

창살이 있는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고, 방 안은 고요하고 아늑했다.

그러나 일한의 눈길은 그 공간에 오래 머무지 않았다.

아래로 시선을 내리자, 바닥에는 10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지만,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서려 있었다.

몸은 다소 비틀린 채, 뭔가 아픈 듯한 모습이었다.

일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 소년이 자신의 아바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년이 아바타인가?'

 

그가 의심을 품으며, 곧 유하를 바라보았다.

유하는 일한의 눈길을 느꼈는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이 소년이 일한님의 아바타입니다."

 

유하는 일한의 시선을 뚫어보듯,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지금 보이는 이 소년의 몸속에 들어가 레벨을 100까지 키우면 됩니다.

오늘은 처음이어서 이렇게 직접 방문했지만, 다음부터는 접속을 할 때마다 바로 이 소년의 몸속에서 시작하게 될 거예요."

 

"이제부터 소년의 몸에 빙의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일한은 갑작스럽게 어지러운 기분을 느꼈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고, 그 순간, 그의 의식은 자신도 모르게 소년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물속에 잠겨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고, 한순간 그의 몸은 마치 공기처럼 가벼워졌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의식이 흔들리며, 그 무엇인가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에 이끌려 소년의 몸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 자신이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일한은 소년의 몸속에서의 첫 느낌에 어색함을 느꼈다.

그동안 익숙했던 자신의 몸과는 다른 감각들이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고, 이 새로운 감각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빠르게 깨달은 건, 유하의 존재였다. 눈을 돌려도 유하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당황하는 순간, 유하의 목소리가 그를 향해 울려 퍼졌다.

 

"일한님, 제가 아바타의 몸속에 있을 때에는 저 역시 아바타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고 명확했다.

 

"그래서 육안으로는 저를 볼 수는 없지만, 저는 당신이 보는 것을 똑같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대화하는 방식도 달라요. 입으로 소리 내지 않아도 됩니다. 생각의 의지로 대화하면 돼요."

 

일한은 유하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의지로 대화한다고? 그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곧 그의 마음속에서 시험적으로 유하를 상상하며 생각을 집중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는 유하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유하, 들리나?'

 

그의 의지로 떠오른 질문은 곧바로 유하에게 전달되었고, 잠시 후, 유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잘했어요, 일한님.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 유하의 말에, 일한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조금 익숙해져야겠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일한은 갑자기 떠오른 의문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혹시, 지금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유하가 들을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는 곧바로 의문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다시 의지로 그녀에게 질문을 보냈다.

유하, 내가 지금 생각하는 모든 것을 너도 알 수 있는 거야?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유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맞습니다. 접속이 승인된 순간부터, 저는 당신의 모든 생각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의 마음은 잠시 움켜잡힌 듯 떨렸다.

내 비밀까지... 다 알게 된다는 건가? 순간, 일한은 내심 당황했다.

지금까지의 자신이라면 비밀스럽게 숨겨온 생각들이 많았고, 그 중 일부는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선택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가 결정을 내린 거니까...

일한은 비밀이 드러나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의지로 시작한 만큼, 모든 것이 그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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