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Part 1-19: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오늘을 사랑하자! 2024. 12. 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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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는 일한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몸을 움직여 보겠습니다. 오른손을 들으세요."

 

일한은 처음에는 어색함을 느끼며 잠시 멈췄다.

그가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몸이 아닌 다른 존재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낯설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손을 들으라고 하는데, 이 새로운 몸에서 그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유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자신의 몸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일한은 잠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몸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는 자신이 평소처럼 오른손을 들듯이,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힘이 빠지거나 어색했지만, 그가 의도한 대로 오른손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본래의 몸처럼 손끝에서 손목까지, 그의 명령에 맞춰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잘했습니다,"

 

유하의 목소리가 일한의 귀에 들렸다.

 

"그렇게 하면 됩니다."

 

일한은 그제야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하는 차분히 말했다.

 

"이제는 말을 해보겠습니다. 저의 호칭을 불러 주세요."

 

일한은 잠시 고민했다.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이 됐지만, 유하의 말대로 그가 하라고 하는 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손을 드는 것처럼 목을 열어보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목소리가 나올까 의심스러웠지만, 그의 입에서 조용히 소리가 흘러나왔다.

 

"유하,"

 

그의 목소리는 그가 예상한 것보다 더 부드럽고 가늘었다.

마치 변성기를 거치기 전, 어린 시절의 미성처럼 맑고 청아한 음성이었다.

유하는 계속해서 말했다.

 

"잘 하셨습니다. 이제 일어서 보세요."

 

일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팔을 바닥에 짚었다.

몸의 감각이 여전히 낯설었지만, 그는 천천히 두 다리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리와 팔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킬 때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불안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빠지며 그는 균형을 잃고 큰 소리와 함께 땅에 넘어진다.

 

"으악!"

 

그가 넘어지면서 내지른 소리는 방 안을 울리며 퍼졌다.

그는 갑작스러운 넘어진 충격에 당황하며, 잠시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다.

팔꿈치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유하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귀에 울려 퍼졌다.

 

"일한님, 아바타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그의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지만, 유하의 말에 집중하려 애썼다.

 

"이 아바타의 나이는 9살입니다. 6개월 전, 홍수 때 물살에 휩쓸려 의식을 잃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누워 있었습니다."

 

그는 유하의 말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소년의 삶이 그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유하가 이어서 말했다.

 

"나머지 정보는 직접 알아가세요."

 

그는 유하의 말을 듣고 어쩐지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제공되는 정보는 이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기가 찾아가야 한다니, 이 게임이 과연 이렇게 자유도가 높은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정보를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니... 이게 무슨 게임인가? 너무 자유도가 높은 거 아닌가?"

 

그의 불평은 그가 느낀 혼란과 불안감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게임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제공되는 정보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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