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Part 1-5: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오늘을 사랑하자! 2024. 12. 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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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김일한 박사는 완도에 도착했다.

바닷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며 도시의 무거운 공기를 씻어내는 듯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정태수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일한아! 드디어 왔구나. 먼 길 오느라 고생했네.”

 

고생은 무슨. 날씨도 좋고, 길도 한적해서 드라이브하기 딱 좋더라.”

 

정태수는 첫 방문인 그를 위해 완도의 명소를 하나하나 소개할 준비가 된 듯했다.

 

오늘은 제대로 완도를 보여줄 테니까 각오해라. 이곳저곳 다 돌아다녀야 하니까 힘낼 준비해!”

 

그들은 차를 타고 완도의 골목길과 해안선을 따라 이동했다.

김일한 박사는 넓게 펼쳐진 바다와 어우러진 작은 어촌 마을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기 이렇게 아름다웠나? 이제야 네가 왜 완도를 떠나지 못하는지 알겠네.”

 

정태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야 알겠지? 이런 곳에서 살면 시간도 천천히 가는 것 같아.”

 

잠시 후, 그들은 장보고의 청해진 유적지에 도착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이곳은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듯 고요하고도 웅장했다.

정태수는 김일한을 이끌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장보고의 주무대였던 청해진이다. 알다시피, 장보고는 통일신라 시대에 해상 실크로드를 장악했던 인물이지. 이곳에서 해적들을 몰아내고, 동아시아 해상 무역을 장악했어.”

 

정태수는 손으로 주변을 가리키며 청해진의 구조와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김일한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 내음과 함께, 마치 천 년 전의 시간이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청해진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김일한은 주변의 풍경에 눈길을 주다가 문득 걸음을 늦췄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과 바다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그의 생각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정태수는 옆에서 장보고의 해상무역망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김일한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신라 시대에는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전이었는데... 그때는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을까?”

 

그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정태수는 그의 혼잣말을 듣지 못한 듯 청해진의 시설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일한의 시선은 어느새 과거로 향해 있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장보고 시대의 무역항과 활기 넘치는 시장을 떠올렸다.

동아시아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상인들이 물건을 거래하고, 정보와 문화가 교류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찾는 답은 어쩌면 과거에 있는 건 아닐까?"

 

김일한은 고개를 들어 맑은 하늘을 한 번 바라보았다.

자신을 위로하러 떠나온 완도에서조차 일에 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 자신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일은 잠시 잊자. 여긴 쉬러 온 거잖아.”

 

정태수의 목소리가 여전히 들려왔지만, 그는 이제 다른 생각을 지우고 친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청해진의 역사적인 의의를 풀어놓는 태수의 모습은 이곳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걸음을 옮기던 중, 김일한의 눈에 흙길 위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저게 뭐지?”

 

그는 혼잣말을 하며 다가갔다.

땅바닥에 반쯤 묻힌 물건은 손가락만 한 크기의 옥반지였다.

손으로 살짝 털어내자 옅은 빛이 도는 옥의 매끄러운 표면이 드러났다.

반지의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 작은 한문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뭐야, 이런 걸 여기서 주울 줄이야.”

 

김일한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정태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왔다.

 

뭘 찾았어?”

 

김일한이 옥반지를 내보이자 태수는 반지를 받아들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 누가 잃어버렸나 보네. 근데 이거 딱히 비싸 보이진 않네. 기념으로 갖고 가라. 이런 거 주인 찾아주려 해도 쉽지 않을 거야.”

 

김일한은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큰 가치는 없겠지만 기념으로 가져가도 괜찮겠지.”

 

그는 옥반지를 다시 받아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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