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Part 1-7: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오늘을 사랑하자! 2024. 12. 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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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김일한의 은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프로젝트는 이미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후배들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이제 그는 그토록 바쁘게 달려온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서재에 앉아 책 한 권을 펼쳐 들던 그는 문득 오래전 기억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청해진에서 주웠던 옥반지... 바쁜 업무와 프로젝트 속에 묻혀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던 물건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서랍 안에 넣어뒀었지.”

 

김일한은 혼잣말을 하며 책상을 열었다.

서랍 한 구석에서 작은 옥반지를 꺼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반지는 여전히 차가운 촉감을 전하며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반지를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굴리며 안쪽에 새겨진 작은 한자를 들여다보았다.

 

도대체 뭐라고 적혀 있는 걸까?”

 

김일한은 눈을 가늘게 뜨며 글씨를 읽으려 했지만, 글자의 크기가 작고 낯선 문구라서 쉽게 해독할 수 없었다.

 

역시 내 눈으로는 안 되겠군. 확대경이라도 써야 하나.”

 

그는 옥반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천천히 살펴보며 자신이 왜 그때 이 반지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의아해졌다.

바쁜 업무에 묻혀 그저 여행의 소소한 기념품 정도로 여겼던 물건.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흐른 탓일까, 아니면 그 안에 새겨진 글씨 때문일까, 왠지 모를 호기심과 이질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김일한은 책상 위에 놓인 옥반지를 손에 들고 확대경을 꺼내 들었다.

안쪽에 새겨진 글자는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그는 마침내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확대경을 통해 본 반지 안쪽의 한자는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고풍스러운 문양 사이로 새겨진 글은 號:一千三百五十一,請登錄使用者後使用였다.

 

번호... 천삼백오십일?”

 

그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문구는 그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다.

 

사용자 등록 후 사용해 주세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김일한은 다시 한 번 반지를 손에 쥐고 문구를 되새겼다.

번호라니, 그리고 사용자를 등록하라고? 과연 이 반지가 단순한 장신구일까? 아니면 무엇인가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김일한은 반지를 손에 들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처음 반지를 보고 떠올린 것은 장난감이었다.

 

아이들 장난감 아닐까?”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중국 관광객이 실수로 떨어뜨린 장난감일 거라고 생각하니, 어린 시절 소꿉놀이를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 친구들과 작은 장난감으로 세상 모든 것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그리워졌다.

그는 웃음을 삼키며 반지를 손에 쥐고 말했다.

 

정말, 이런 걸 줍고 오다니...”

 

하지만 바로 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주워온 물건을 아무렇게나 처리하는 것도 찝찝했다.

결국 그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보기로 했다.

 

어차피 장난감이라면 이렇게 착용해 봐도 되겠지.”

 

반지를 손에 올려보자, 놀랍게도 반지가 그의 손가락에 완벽하게 맞았다.

마치 자신의 손 크기에 맞춰져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김일한은 손가락에 끼운 반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이 나이에 이성을 만나야 하나?”

 

그 생각에 잠깐 멍하니 있었지만, 곧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지, 내가?”

 

혼자서 실없이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반지를 빼려고 손끝을 움직였지만, 반지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게 뭐야...?”

 

그는 어이없어하며 다시 한번 반지를 빼보려 했지만, 여전히 빠지지 않았다.

 

혹시 너무 꽉 끼었나?”

 

손끝으로 반지를 살짝 돌려보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반지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후회가 밀려왔다.

 

왜 굳이 끼웠을까... 괜히.”

 

그는 이미 손에 끼운 반지를 후회하며, 인터넷을 켜고 반지를 빼는 방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반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에 담그고, 비누를 발라보고, 심지어 실을 감아 빼려 했지만, 반지는 여전히 그의 손가락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가고, 시도는 점점 더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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