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Part 1-8: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오늘을 사랑하자! 2024. 12. 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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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김일한은 퇴근 후 병원에 들러 반지를 빼기로 마음먹고 출근했다.

반지가 신경 쓰여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오후 회의가 시작되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

회의가 끝난 후, 김일한은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봤을까?’

 

그는 주위를 살피며 아무도 반지에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퇴근 후, 김일한은 아는 사람이 없는 병원을 찾아갔다.

반지를 빼기 위해서였다.

그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의 안내를 받아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그를 살피며 물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죠?"

 

김일한은 잠시 망설였지만, 손가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반지가 안 빠져서요."

 

의사는 그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반문했다.

 

"반지가 안 빠진다고요?"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 놀란 기색이 묻어 있었다.

김일한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그러자 의사는 여전히 손가락을 바라보며 김일한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한동안 김일한의 손을 집중적으로 살폈고, 그 표정에서 조금은 의문이 가득했다.

 

"반지가 왜 안 빠지죠?"

 

의사의 물음에 김일한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반응이 오히려 더 당혹스러웠다.

반지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에게도 잘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냥 안 빠져요. 인터넷에서 빼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네요."

 

의사는 여전히 반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김일한의 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의사는 김일한의 손을 들여다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표정이 서서히 변하며, 그의 눈을 마주친 채 물었다.

 

"혹시 요즘 힘든 일이 있나요? 무슨 일이라도 하는 건 아닌지…"

 

김일한은 당황하며 그의 질문에 짧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는 의사의 질문이 조금 불편했다.

그저 반지가 빠지지 않는 것만으로 병원에 온 것인데, 의사가 심리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것 같아 머쓱해졌다.

하지만 의사는 그의 대답에 그리 만족하지 않은 듯, 다시 한 번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일 중독인 사람들이 은퇴할 때쯤 그런 일이 가끔 있어요. 이상한 생각을 하거나, 어떤 걸 집착하는 일이요. 정신의학과 의사를 소개해 드릴 수 있는데, 한번 찾아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김일한은 그 말에 다시 당황하며 의사의 얼굴을 쳐다봤다.

 

'정신과?'

 

그는 그 생각이 너무나 낯설고 불편했다.

그러나 더 이상 말할 수도 없었다.

그가 무심코 손을 들어 의사에게 묻자,

 

"저기, 손가락에 있는 반지가 안 보이시나요?"

 

의사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반지가 없네요."

 

김일한은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을 다시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김일한은 의사의 대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손목을 돌려 반지를 다시 한 번 살폈다.

그의 눈에는 분명히 반지가 끼워져 있었지만, 의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의사 앞에서 손가락을 왔다 갔다 움직이며,

 

"보세요, 분명히 이 반지가 있잖아요. 여기요, 보이시죠?"

 

라고 말했다.

 

의사는 그의 행동을 보며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김일한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가 반지를 흔드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의사의 시선은 점점 의심의 눈초리로 변했다.

김일한은 순간 자신이 너무 과하게 반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번쩍이는 반지가 아무리 돌아도, 의사의 눈에 그 존재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불편한 기분이 밀려오자, 그는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최근에 은퇴 문제로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랬습니다. 정신적으로 조금 불안정한 것 같아요. 정신과 의사는 제 아는 분이 있으니 그 분에게 진료를 받겠습니다."

 

그는 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사는 그를 바라보았지만,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일한은 의사의 눈을 피해 빠르게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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