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그는 중요한 질문을 떠올렸다.
"유하, 지금 이 아바타가 놓인 시대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유하는 즉시 답했다.
“현재 시대는 조선입니다. 선조가 집권 중이며, 정유재란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그는 유하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 시대, 그것도 전쟁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기라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그림처럼 그려졌다.
당시의 상황과 문화를 떠올리며, 앞으로 자신이 직면할 문제를 예측하려 애썼다.
그는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혹시..."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이 아바타, 판타지 소설처럼 주인공에게 잠재된 능력 같은 게 있지는 않나요?"
유하는 그의 기대감을 깨는 듯한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바타는 특별한 잠재 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태도를 바꿔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아바타의 가족이나 주변 환경은 어떻습니까? 그쪽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유하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저는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바타에 대한 정보는 직접 알아가야 합니다.”
그는 유하의 일관된 답변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더 캐묻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럼, 유하 당신의 역할은 뭡니까? 단순히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건가요?"
유하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평온했지만 약간의 유머가 섞인 듯한 어조였다.
“제 역할은 당신과 아바타를 연결하는 ‘연결자’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그는 유하의 말을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실감났다.
접속 종료 후의 시간을 점검하며 그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유하에게 던졌다.
"확인 차 물어보는 건데, 12시간이 지나야 다시 접속 가능한 거죠?"
유하는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맞습니다. 12시간 이후에 접속 가능합니다.”
그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럼 12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건가요? 혹시 정해진 시간 안에 접속해야 한다거나, 제한 같은 게 있나요?”
유하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12시간만 경과하면 언제든 접속 가능합니다. 접속 시간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그는 안도하며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접속할 때 시간 차이는 얼마나 발생하나요? 여기와 저기, 어느 쪽 시간이 더 빨리 흐르죠?”
유하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게임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현실과 다릅니다. 게임 내 10시간은 현실 세계의 1시간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접속해 있는 동안 현실에서의 시간은 훨씬 더 느리게 흘러가게 됩니다.”
그는 유하의 설명을 곰곰이 되새겼다.
현실에서는 단 한 시간이 지나도 게임 안에서는 무려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우면서도 긴장감을 더했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곧 게임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것 같았다.
그는 게임에 장시간 접속하는 상황을 떠올리며 중요한 의문을 유하에게 던졌다.
“게임에 오래 접속하면 현실에 있는 내 몸에 문제가 생기진 않나요?”
유하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마치 미리 준비된 대답을 내놓듯 말했다.
“현실의 육체와 게임은 일부 요소가 연동됩니다. 피로도의 경우, 게임 안에서 잠을 자면 현실에서도 몸이 휴식을 취한 것처럼 피로가 해소됩니다. 게임 속에서의 수면은 현실 세계에서의 수면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죠.”
그는 유하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떠올랐다.
“그럼 배고픔은요? 게임 속에서 먹는 걸로 해결이 되나요?”
유하가 단호히 대답했다.
“배고픔은 연동되지 않습니다. 게임 속에서 음식을 먹더라도 현실의 몸은 그대로 굶주린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반드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일부는 모호하게 얽혀 있지만, 여전히 독립된 부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체력에 대해 묻기로 했다.
“체력은요? 혹시 현실에서 내가 체력이 떨어지면 게임 속 아바타도 영향을 받나요?”
유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체력은 게임과 현실이 연동됩니다. 현실에서 체력이 저하되면 게임 속 아바타의 체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점을 항상 유의해야 합니다.”
그는 유하의 말을 듣고 현실과 게임 속 육체의 연결성을 이해하려 애썼다.
단순한 게임처럼 보였지만, 현실적인 관리 없이는 게임 속에서도 제대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머리를 기대며 지금까지 유하에게 들은 정보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현실은 게임이라는 틀 안에 있었지만, 그 속의 세부 규칙과 설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먼저 아바타에 대한 기본 정보가 떠올랐다.
“9살 소년, 6개월 전 홍수에 휩쓸려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다는 설정. 그리고 지금 기억은 완전히 초기화된 상태.”
그는 손끝으로 책상 모서리를 두드리며 이어지는 정보를 되새겼다.
“양반가의 자제로 보이고, 시대는 조선시대. 정유재란 종료 1년 후, 선조가 집권 중이라... 시대적 배경은 꽤 중요한 단서겠군.”
게임 규칙도 빠르게 머릿속에서 정리되었다.
접속과 종료는 간단했다.
“접속어는 '유하 안녕'과 '게임 접속'을 연이어 말하면 되고, 종료는 '게임 종료'라고 하면 끝난다.”
하지만, 종료 후 다시 접속하려면 12시간이 지나야 하며, 접속 시간에는 제한이 없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현실과 게임의 연동성도 그를 고민하게 했다.
“피로도는 게임과 현실이 연결된다니... 게임에서 잠을 자야 현실에서도 피로가 풀린다는 건가.”
배고픔은 다른 이야기였다.
“배고픔은 연동되지 않는다고 했지. 현실에서 반드시 음식을 섭취해야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력.
“체력도 연동된다고 했어. 현실에서 체력이 떨어지면 게임 속에서도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군.”
레벨 시스템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었다.
“레벨 1에서 시작해 100까지 키워야 한다. 레벨을 올리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어.”
그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지막으로 중요한 규칙을 되새겼다.
“아바타가 죽으면 게임은 즉시 종료된다. 더구나 반지의 사용자 등록도 취소되고 말지.”
반지를 바라보며 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경고가 가슴에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자, 유하가 입을 열었다.
“궁금하신 점이 없으시다면 이제 현실로 복귀하겠습니다.”
유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여전히 그의 귀를 가득 채웠다.
이어서 유하가 덧붙였다.
“저는 언제나 일한 님의 몸속에 있습니다. 그러니 접속어를 사용해 저를 호출한 뒤 말씀을 걸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곳, 대기실은 레벨 100이 되기 전에는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점 기억해 주세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짧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유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그럼 복귀하겠습니다.”
순간 그의 주변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희미했던 빛의 잔상이 사라지고, 대신 익숙한 집 거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의 카펫과 책상 위의 서류들, 그리고 벽에 걸린 시계까지, 모든 것이 현실로 돌아왔음을 알려주었다.
그는 곧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유하의 설명대로 게임 속에서 머문 시간에 비해 현실의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은 상태였다.
“확실히 말대로군. 현실과 게임의 시간 차이는 명확해.”
거실의 소파에 앉아 그는 심호흡을 하며 게임 속에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남은 12시간 동안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군. 우선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야 해.”
책상 위에 놓인 노트와 펜을 집어 들며 그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현실에서의 이 시간이 앞으로의 게임 플레이를 좌우할 중요한 순간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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