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Part 1-16: 김일한 박사 이야기(아바타와의 조우 편)

오늘을 사랑하자! 2024. 12. 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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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한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희미해지더니, 그의 시야는 마치 수면내시경을 받을 때처럼 서서히 암흑으로 변했다.

머릿속이 텅 빈 듯한 무거운 감각이 찾아오며, 그는 정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완벽한 정적과 함께, 그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일한은 천천히 눈을 떴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에 눈이 익숙해지자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머리 한쪽에서 살짝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이게... 꿈인가?"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상황을 정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눈앞의 풍경은 그대로였다.

익숙하게 자리 잡은 유하의 모습과 변함없는 주변 풍경은 그가 여전히 현실 속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본 유하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일한님, 축하드립니다. 모든 정보를 업데이트 완료했습니다."

 

일한은 잠시 말을 잃고 그녀를 응시했다.

유하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이어 말했다.


"
현 시점부터 일한님의 정보에 기반하여 대화 방식말투, 문장, 단어 등을 최적화하여 진행하겠습니다."

 

유하의 말은 차분하면서도 기계적인 정확함이 느껴졌고, 그의 머릿속은 다시 수많은 질문들로 어지러워졌다.

일한이 아직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유하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는 부드럽고 명확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일한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 중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질문해 주세요. 보안 등급에 따라 답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녀의 설명은 이어졌다.


"
현재 이 공간은 사용자의 아바타를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아바타는 100% 일한님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며, 아바타의 레벨은 사용자와 동일합니다."

 

일한은 유하의 말을 집중하며 듣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
아바타의 레벨업 방법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습니다. 지식, 정보, 재산, 신체, 명성 등 어떤 영역에서든 성장이 이루어지면 아바타의 레벨이 올라가게 됩니다."

 

유하는 잠시 일한의 반응을 살핀 뒤, 차분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진행 방법은 PC 게임과 유사합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럽고, 말투는 침착했다.

 

"아바타는 단 1기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의 아바타를 동시에 다룰 수는 없으니, 하나의 아바타에 집중해 주세요."

 

일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상황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게임과 유사하다는 말은 일한에게 익숙한 개념이었다.

 

"아바타와 시작 지점은 랜덤으로 설정됩니다."

 

유하의 목소리가 다시 그를 이끌었다.

 

"따라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로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일한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랜덤'

 

이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제 시작이란 말이 점점 더 실체를 얻어가고 있었다.

 

"아바타의 레벨이 100이 되면 1단계 게임이 종료됩니다."

 

유하가 말을 마쳤다.

 

그녀의 말은 간단했지만, 그 의미는 꽤 심오하게 다가왔다.

100이라는 레벨, 그리고 1단계 종료.

그가 느끼는 이 새로운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하고 흥미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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